곰표70주년

‘곰표’를 사랑하는 노포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유명하지는 않지만, 70여년 전통의 ‘곰표’ 밀가루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사장님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대한제분 ‘곰표’의 신입사원의 시각으로 다소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곰표’를 사랑하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취재문의 – mkt@dhflour.co.kr

자부심을 파는 중식집 “영화루”

회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20분만 가면 통인시장이 있다. 영화루는 통인 시장의 골목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중식집이다.
날씨도 제법 많이 추워져서 얼큰한 짬뽕 한 그릇이 생각났는데,
마침 영화루의 대표 메뉴가 고추 짬뽕과 고추 간짜장이라 기대가 많이 됐다.

“영화루가 오픈 한 지는 55년이 됐는데, 여기서 장사한지는 38년이 됐습니다. 지금은 주방장이 따로 계시는데 원래는 애기아빠가 했었죠. 주방장이 따로 있어도 제가 모든 조리 과정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도 못하면 장사하면 안 돼요. 맛이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 주방장도 우리 집에서 30년을 일했습니다. 우리 애기 아빠 제자.
요리를 아주 잘해요. 연구도 많이 했어요.”

영화루도 벌써 3대째 운영중인 오랜 전통이 있는 식당이다. 벌써 세 번째 중식 노포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각 식당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이 많아 그런 점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처음에는 사장님은 조리가 아닌 가게 운영만 담당하시는 줄 알았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가게 운영은 물론 요리 전반에 대해 다 꿰고 계셨다.

“제일 처음에는 무궁화를 썼는데 안 좋아서 중간에 바꿨어요. 그 뒤로 계속 곰표를 썼습니다.
중간에 다른 회사에서 매일 쫓아와서 써 달라고 해서 몇 개월 써 봤는데 아니에요,
그 맛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곰표로 넘어왔어요. 지금은 고급제면용 1호를 쓰고 있어요.
제가 알기로는 곰표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국수, 빵집용 등 있는데 저희는 오로지 중력분만 쓸 수 있습니다. 숙성은 많이 하지 않아요. 기계면은 숙성을 많이 하면 안돼요. 그래야 부드럽습니다.
옛날에 중림동에서 장사를 할 때는 수타로 했어요. ”

같은 중력분일텐데 오랫동안 사용하신 분들은 그 차이를 알아채는 것이 신기하다. 집에서 밀가루를 쓸 일이 거의 없긴 하지만, 가끔 다른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차이점을 전혀 모르겠는데 이 분들은 어떤 점에서 차이를 느끼는지 궁금하다. 보통은 반죽을 하실 때 차이를 많이 느낀다고 한다. 오랫동안 내공을 쌓아야 이런 미세한 차이도 알 수 있는 모양이다. 지난번에 갔던 대성루와 마찬가지로 숙성은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중화면, 기계면이 대체로 숙성을 많이 거치지 않는 것 같다.

“고추짜장, 고추짬뽕이 메인이에요. 원래는 이 메뉴가 없었습니다. 저희 아들이 대학 다닐 때, 짜장을 청양고추랑 같이 찍어 먹었나 봐요. 그러면서 아들이 ‘짜장이 매우면 안될까’ 하고 집에 와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한 번 시도를 해봤죠. ‘어떻게 하면 맛있을까’. 그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괜찮더라고요. 그렇게 한 지가 한 20년 조금 안된 것 같아요. 고추도 일종의 비린내가 좀 나는데, 잘못 볶으면 비린 맛이 올라와요. 처음에 팔기 시작했을 때 아무도 할 줄 모르니까 제가 볶았죠.”

“저희 집이 청와대랑 가까워서 청와대 직원들이 많이 오세요. 그래서 청와대 직원들한테 제가 만들어 갖고 팔아봤어요. 공기밥은 공짜로 주고, 주방장이 다시 업그레이드도 하고 연구도 많이 했죠. 그러다가 청와대 직원들이 집에 가서 이야기를 했나 봐요. 거기에서 입소문이 나서 인기가 많아졌어요.
고추짜장면이 나오기 전에는 짜장면하고 탕수육이 유명했어요. 그러다가 이제 고추 간짜장으로 인기가 좀 넘어갔죠. 캡사이신은 안 쓰고 천연 고추만 씁니다.”

Q1메뉴판에 겨울에는 고추가 맵지 않다고 써 있는데,
그러면 겨울에는 매운맛을 낼 수 있는 다른 재료를 사용하나요?
겨울에는 고추가 안 매워요. 고추가 햇빛을 받아야 매운데 겨울에는 안 매워서 메뉴판에 다 안내를 해두죠. 어떤 분은 또 엄청 맵게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면 빨간 고추 있잖아요. 그 기름을 빼요. 그 기름을 빼서 파랑 청양고추랑 같이 곁들여서 볶아요. 그래야 좀 매운맛이 납니다.

메뉴판에도 겨울철에는 고추가 많이 맵지 않으니 도전해보라고 써 있었다. 평소 매운 음식을 잘 먹지는 못하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문제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많이 매콤한 맛이었다. 캡사이신을 사용하여 혀가 아린 맛이 아닌 진짜 청양고추 맛이 나서 칼칼하고 맛있었다. 소스가 꾸덕하지만 촉촉해서 면발도 잘 넘어갔다.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한 맛과는 달랐다. 청양고추의 시원한 매운 맛이 느끼함을 잘 잡아주어 계속 들어갔다. 점심을 먹고 방문을 한 거라 배가 불렀는데도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고추짬뽕은 국물에 청양고추 향이 우러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짜장면 보다 면발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는데 딱딱하게 끊어지지 않고 소면처럼 부드러웠다. 면발 사이로 국물이 스며들어 시원한 국물 맛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위에 올라간 해물은 정말 싱싱하고 연했는데 양도 상당히 많았다. 후기에서 봤던 것처럼 짬뽕이 오히려 짜장면 보다는 덜 매콤했다.
추운 날씨에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욕심을 부리면 못해요. 우리 애기아빠 돌아가신 지 30년이 됐는데 항상 그랬어요. 짜장면집에 10명이 와서 7명이 맛있다고 하면 성공이라고. 더 이상 바라면 안 된다고. 손님마다 생각도 다르고 입맛이 다 다르니까 다 못 맞춰요. 어떤 사람은 맛있다 해도 어떤 사람은 맛이 없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럴 땐 다음에 더 맛있게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그냥 정성껏 하는 거예요. 손님에 너무 휘둘리기보다는 전 고집이 있어서 옛날식 그대로 하고 있어요. 손님들이 입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추천 좀 해달라는 말이 제일 무서워요. 우리는 맛있다고 생각해서 추천해드려도 손님 입맛에는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뭐든지 조심스럽게 추천해드리죠. ‘다른 손님들이 많이 드시지만 손님 입맛에는 맞으실지 모르겠다’고.
맛으로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제일 힘들죠.”

맞는 말인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손님들의 사소한 모든 말들에 신경을 쓰다보면 정체성을 잃게 되고 결국 기존에 맛있다고 오던 손님들도 잃게 되는 것 같다. 가끔 예전에 갔던 맛집이 생각나서 몇 년 후에 다시 가 보면 맛이 변해 있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할 때엔 사장님처럼 뚝심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삶는 것도 방법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칼국수 식으로 삶아야 해요. 물이 팔팔 끓으면 국수를 넣고 막 끓어오르면 찬물을 두 번 정도 끼얹어요 그때 빼야 해요. 그리고 삶은 물은 버리면 안 돼요. 빼낸 국수는 찬물에 막 씻어야 합니다. 씻고 나서 물기를 꽉 짜고 삶은 물에 다시 담그고 다시 꽉 짜고 이 과정을 반복해야 돼요. 국수는 치댈수록 좋아요. 그래야 쫄깃하고 물소다를 많이 안 넣어도 됩니다. 치대면 글루텐이 조금 녹아 나서 쫄깃쫄깃 해지고 좋아요. 더 쫄깃쫄깃 해지라고 소다를 많이 넣으면 맛이 달라집니다. 맛을 잡는 게 제일 힘들어요. 그런데 저는 보편적으로 세 가지는 많이 못 쓰게 합니다. 하얀 것 세 가지. 미원, 설탕, 소금. 음식이라는 건 자체적인 재료 본래의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료만큼은 싼 거 안 써요. 재료는 약간만 이상해도 바로 버립니다. 손님한테 주면 안되니까.
기술도 중요하지만 재료가 안 좋으면 어떤 좋은 기술을 써도 맛이 없어요. 그래서 재료는 항상 최고 좋은 것을 쓰려고 합니다. 좋은 재료가 있어야 맛이 나죠. 우리는 밀가루에 소다도 많이 못 넣게 해서 빨리 불어요. 그래서 제가 손님한테 안내를 하죠. 국수가 빨리 불으니 오래 두고 드시지 말라고.”

오랫동안 사랑받는 식당들은 저마다 다른 요리 기술과 비법들이 있지만 항상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요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조미료로 맛을 내는 데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사장님이 말씀하신 저 세 가지 재료를 많이 넣으면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을 낼 수는 있지만 재료의 맛보다는 조미료 맛으로 먹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하다. 재료 본연의 맛으로 최대의 맛을 구현해 내는 것이 정말 어려운 기술인 것 같다.

“곰표 밀가루도 그만큼 제품이 좋으니까 우리가 쓰는 거죠. 곰표도 그만큼 밀가루에 대한 자부심이 있잖아요. 우리는 또 그 자부심을 갖다 쓰고. 그러니까 저희는 똑같은 입장이에요. 물건 안 좋아 봐요. 그냥 갖다 준다고 해도 안 쓰죠. 손님들이 맛있다고 할 때, 계산하면서 ‘진짜 맛있게 먹고 갑니다’ 할 때가 최고 기분 좋죠. 일하는 사람들 친절하다고 할 때도 기분 좋아요.”

자부심을 사용하신다는 표현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사장님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은 사장님이 사용하시는 재료에서부터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55년이 넘게 지켜오신 자부심을 많은 분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65

02-738-1218

주차 : 불가

#곰표가 사랑한 노포#영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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