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70주년

‘곰표’를 사랑하는 노포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유명하지는 않지만, 70여년 전통의 ‘곰표’ 밀가루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사장님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대한제분 ‘곰표’의 신입사원의 시각으로 다소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곰표’를 사랑하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취재문의 – mkt@dhflour.co.kr

어머니의 초심 그대로, 종로 할머니칼국수

종로3가역 근처 작은 골목으로 조금만 꺾어서 들어가면 종로 대표 칼국수 가게인 ‘종로 할머니 칼국수’를 찾아볼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오랜 내공이 느껴지는 가게의 문 안쪽으로 20kg짜리 곰표 밀가루를 쌓아둔 게 보여 일단 들어가 보았다.
사장님께서는 정말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여기가 1988년도부터 써두기는 했지만 사실 정확하지는 않아요. 어머니가 기억을 못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88올림픽 농구 경기를 보러 갈 때 엄마 식당 들러서 먹고 갔던 기억이 있어서
88년년즘부터 영업했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어머니부터 제가 2대째 하는 중입니다. 엄마랑 같이 겹쳐서 운영 한 게 2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레시피는 거의 변함이 없죠. ”

사장님의 아들 분께서도 옆에서 ‘종로제면소’라는 가게를 운영하신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장님의 어미니때 부터의 노하우로 벌써 3대가 국숫집을 운영 중이다. 어머니의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중인 사장님께서는 꼭 지키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하신다.

“매일 김치를 20포기씩 담가요. 밀가루를 반죽해서 손으로 썰어낸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
손으로 하다 보니 인력도 더 많이 필요하고요. 그래도 어머니께서 이건 변하지 말고 꼭 이어가 달라고 하셔서
매일 김치 담그기, 손으로 하기 이 두 가지는 꼭 지켜가려고 합니다. 초심, 장인정신이라고 하잖아요.
참 어렵지만 그래도 이어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워낙 국수를 좋아해서 기계면으로 만든 국수도 좋아하지만 손으로 만든 국수는 식감이 남다르다.
맛을 훨씬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고 다채로운 식감을 느끼는 재미가 있다. 사장님은 못생긴 면을 골라 먹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한다.

“반죽 숙성은 만 하루 시킵니다. 다른 곳 보다는 조금 더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저희가 오랫동안 하다 보니, 숙성한 지 3일째 되면 그 다음 날에는 면이 퍼지더라고요. 글루텐이 풀어지나 봐요.
겨울에는 조금 덜 한데 지금 같은 날씨에는 더 이상의 반죽은 할 수 없어요. 일을 하다 보면 미리 좀 해 놓고 싶고, 쟁여놓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영락없이 힘이 없고 색도 달라요. 반죽이 그냥 풀어져 버립니다. ”

식당을 운영 할 때 이런 점이 가장 힘들 것 같다. 재료 준비를 미리미리 해 둘 수 있으면 덜 수고로울 텐데,
식품 특성상 모든 재료를 최적의 컨디션으로 유지해야 하니 그날 그날의 작업량이 정해져 있으니 말이다.

“곰표 제면용 밀가루 중에서 고급제면용이 제일 비싸대요. 저는 김치를 만들 때도 제일 비싼 배추를 씁니다.
배추 대주는 사장님과 어머니 때부터 60년을 거래 했는데 그 양반이 딱 제일 좋은 배추를 골라다가 납품해줘요.
그런 것처럼 저도 밀가루 중에서 제일 좋은 걸 달라고 해서 쓰게 되었죠.
낙원상가 쪽에 잘 아는 회장님이 계신데
그 분이 대한제분 분이랑 친하신가 봐요. 그 분이 밀가루는 곰표가 최고라고 해서 쓰게 됐습니다.
저희 어머니 때부터 좋은 재료를 쓰시는 게 습관이 되어 저도 그렇게 따르고 있습니다. ”

노포 가게의 좋은 점들 중 하나는 오랜 초심을 지켜가고, 또 그 초심을 손님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장님들의 세월을 공유하는 기분이 들어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이번에도 사장님의 초심이 담긴 맛있는 칼국수를 먹고 왔다.

2주 사이에 두 번째 방문이지만 역시 맛있었다. 사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손칼국수라 못생긴 면을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종로 할머니 칼국수는 멸치 육수 베이스의 깔끔한 정석 칼국수이다. 다대기를 넣어 먹으면 감칠맛과 매콤한 간장 맛이 더해진다.
다대기 없이 먹으면 진한 멸치 육수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매력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두 번은 방문해야 한다. 숙성을 잘 시켜서 그런지 면에 힘이 있고 잘 풀어지지 않는다. 칼국수 면이지만 면이 참 쫀득해서 색다르다.
사장님이 말씀하신대로 가장 좋은 배추를 써서 그런지 김치가 정말 시원하고 배추의 단맛이 살아있었다.

“하루에 밀가루 요즘에는 5포 정도 씁니다. 직원들도 많이 힘들어해요. 저도 이해를 합니다. 밀가루 반죽을 썰고 국물 푸고 하면 어깨도 아프고 몸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코로나 타격으로 손님도 한 1/3정도 줄었어요.

우리는 손으로 작업을 하는 게 많다 보니 인건비가 많이 드는데 한 2년 반 동안 인건비 제하고 조금 까먹었던 것 같아요. 일 하는 사람도 한 명 줄였어요. 직원들 근무 시간도 줄였죠. 대신에 자르지는 않았어요. 자르면 ‘직원들 중에 가장인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이렇게 어려울 때 내가 자르면 안되겠다’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대신 근무 시간을 줄였는데도 장사가 안 돼서 정말 힘들었죠. 저도 힘들었지만 직원들도 힘들었을 거예요.”

여느 가게가 그랬듯이, 사장님의 가게도 코로나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가게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없도록 배려해 주신 부분에서 정이 느껴졌다.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상황까지 고려해주기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동네 사람들이 인정해주면 자랑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에서 유명하다고, TV에 나왔다고 오는 건 ‘반짝’밖에 안 해요. 저희는 2003년 TV에 처음 소개 됐을 때 줄을 서고 그 때부터 계속 손님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한 번 나와서 맛있으니까 손님들이 또 방문해 주십니다. ”

처음에는 10시 반, 두 번째는 2시라는 애매한 시간대에 방문했음에도 줄을 설 때가 있을 만큼 손님들이 꾸준히 들어왔다.
사장님께서는 이렇게 계속 손님들이 찾아주는 이유가 동네 사람들에게 인정 받은 맛 덕분이라고 한다.
사장님 말씀처럼 미디어에 소개되면 반짝 손님들이 몰릴 수는 있겠지만, 그 후에도 꾸준히 사랑 받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것 보다는 ‘맛있어야 한다’고 하신다.

음식점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지만, 은근히 지키기 어려운 조건인 것 같다.
‘가족이 먹을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열심히 음식을 만드신 사장님은 이 곳에서 정성을 쏟으며 청춘을 보내셨다.

“손님한테 맛있게 해주면 돼요. 내 식구가 먹는 것처럼 해주면 됩니다. 제가 관심을 좀 안 가지고보면 그냥 상품일 수도 있지만,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면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 됩니다. 예를 들면 김치도 정성스럽게 담아주면 훨씬 맛있어 보이잖아요. 조금만 달리 하면 더 맛있어 보이고 정성이 느껴집니다.
조금씩만 더 정성을 쏟고 신경을 쓰면 돼요. 이렇게 집에서 먹는 것처럼 손님한테 맛있게 해주려고 하면 오래가요.
생각해보니 여기서 제 청춘을 다 보냈네요. 어디에서나 열심히 하면 돼요. 어디에 있든지 청춘은 가니깐요.”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11다길 14-2

02-744-9548

매일 11:00 – 20:00 (명절 휴무)

#곰표가 사랑한 노포#종로할머니칼국수

노포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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