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70주년

‘곰표’가 사랑하는 노포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유명하지는 않지만, 70여년 전통의 ‘곰표’ 밀가루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사장님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대한제분 ‘곰표’의 신입사원의 시각으로 다소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곰표’를 사랑하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취재문의 – mkt@dhflour.co.kr

남대문시장 명물 효자손왕만두

한달 사이에 갑자기 날씨가 많이 따뜻해지면서 길거리와 사람들 모두 활기를 찾은 것 같다.
선선한 봄바람을 느끼며 본사 근처 남대문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오래돼 보이는 만두 가게를 발견했다.
몇몇 손님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왕만두 비주얼에 잠시 멈춰 서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몇 년도부터 영업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그래도 30년은 넘었죠. 우리 아저씨랑 같이 했는데 30년이 넘었어요. 혼자서는 못 하니까 지금도 같이 일 하죠. 우리 아저씨가 기술자에요. 그러니까 이런 메뉴를 하죠.
다른 식당에서 배우거나 한 건 아니고, 기술을 배우고 가게를 차린 거죠. ”

이른 아침이었지만 찐빵과 만두, 고로케, 꽈배기, 도너츠까지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군만두를 시킨 손님이 왔는데 바로 주문한 양 만큼 기름에 튀겨주셨다. 준비되어 있던 만두를 뜨거운 기름에 잠깐 튀기니 금방 바삭하고 따뜻한 만두가 나왔다.

“도너츠랑 만두가 메인이에요. 두 종류가 가장 잘 나갑니다. 단골들도 많죠. 특별히 어떤 게 가장 잘 나간다거나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손님들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다 다르게 사가세요. 도너츠랑 만두 다 같은 밀가루를 사용하지만 빵이랑 만두마다 전부 숙성 시간이 다 달라요.”

특이하게도 효자손왕만두는 보통 면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되는 ‘고급제면용’ 밀가루를 썼다. 사장님께서는 오래 사용하다 보니 제면용 밀가루로도 만두와 빵에 알맞은 숙성법을 찾아내어 원하는 대로 알맞게 잘 만들어진다고 하셨다. 물론 강력분을 주로 사용하는 요리에 박력분을 사용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각 식당마다의 비법 숙성으로 약간은 용도가 다른 밀가루로 전혀 다른 맛있는 음식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곰표는 좋잖아요. 좋으니까 처음부터 계속 곰표를 썼죠. 밀가루 하면 곰표잖아요. 다른 밀가루를 쓰면 차이가 많이 나요. 한 번 써봤는데 쫀득한 맛이 없다든지, 질이 좀 떨어져요.
당시 기술자들은 처음 개업 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누구나 다 곰표를 많이 썼죠. ”

“다 같은 밀가루를 사용하지만 전부 다 숙성 시간이 다 달라요. 도넛이나 만두나 다 숙성을 해야 합니다. 제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게 만두에요. 반죽할 때 만두를 제일 신경을 많이 쓰죠. 숙성을 잘 해야 하거든요. 아무래도 근방에 만두를 파는 집들이 많으니까 신경이 쓰입니다. 숙성이 되지 않으면 맛이 떨어져요. 모든 반죽은 숙성이 매우 중요해요.
고기만두와 김치 만두는 만두피를 약간 빵처럼 만들고 찐만두는 피를 쫀득하게 만들죠. 만드는 법이 다 달라요. ”

일반 만두와 찐만두, 찐빵 모두 만드는 방법은 비슷해 보이지만 피와 빵의 식감이 다 다른 것이 신기하다. 특히 같은 고기만두라도 찐만두와 왕만두는 만두피의 차이 때문에 전혀 다른 음식으로 느껴진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숙성의 차이가 정말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요즘에는 속이 다 보일 정도로 피가 얇은 만두가 많이 보이는데 효자손왕만두의 김치왕만두와 고기왕만두는 도톰한 빵으로 감싸진 것 같이 생겼다. 김치만두의 맛은 역시 김치가 좌우하는데, 딱 적절하게 잘 익은 김치의 짭짤함을 피가 잘 잡아주어 간장을 찍어먹지 않아도 간이 딱 맞았다. 만두소에 살짝 젖어있는 만두피가 촉촉해서 부드럽게 넘어간다.

고기만두는 진한 고기맛에 후추향이 어우러져 조화로운 맛이다. 개인적으로 만두에서 파 향이 강하게 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데 야채가 아삭하게 씹히면서도 야채 향이 너무 강하게 나지 않아서 좋았다.
겨울에 길거리에서 갓 나온 고기만두를 먹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다.

찐만두의 만두소는 고기왕만두와 동일해 보였는데 맛은 정말 달랐다. 찐만두는 간장을 살짝 찍어 먹는 게 더 맛있다. 피가 쫀득하고 만두소의 고기 맛이 더 잘 느껴진다.

“예전에는 줄을 많이 섰는데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지금은 한 6-7명이서 일하는데, 옛날에는 열 명이 넘게 일했습니다. 한 일주일 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긴 해요. 2년 동안은 많이 힘들었어요. 일 자체도 힘들지만 장사할 때 제일 힘든 게 손님이 안 오시는 거예요. 재료나 내놓은 것들이 잘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 하는 장사가 조금밖에 안 남거든요. ”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하신 만큼 어려움도 많으셨을 텐데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많이 준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하셨다. 취재를 하다 보면 코로나로 타격을 받지 않은 식당이 거의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사장님께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와중에 외국인 손님도 오셔서 만두를 사 가셨다. 생각보다 외국인 손님들도 많았다고 한다.

“외국인들도 많이 오세요. 도너츠와 만두는 어느 나라 사람이든 다 잘 드시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관광객들도 많이 왔는데 지금은 관광객이 없으니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줄었죠. 점점 사람들이 많이 오기를 바라고 있어요.
2년동안 많이 힘들었죠. 가게 세랑 임금도 세고 재료값도 많이 올랐잖아요. 그런데 코로나로 손님들도 많이 줄었죠. 그래서 가격도 올릴까 생각했는데 그것도 걱정입니다. 시장이니까 서민들이 많잖아요.
이것도 비싸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늘 고민인 것 같아요. ”

워낙 저렴하게 판매를 하다 보니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데, 재료값이 많이 올라버리니 걱정이 많으신 것 같다. 실제로 봉지 두 개에 꽉 차게 샀는데도 2 만원이 넘지 않아 놀랐다. 여러모로 소상공인들에게는 매우 힘든 2년이었을 것 같다.

“열심히 살아서 오래 장사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맛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손님들이 자주 찾아주니까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었죠. 그래도 먹을 만 하니까 찾아주시겠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따뜻할 때 바로 바로 먹으면 정말 맛있거든요. 조금 식으면 데워 드시면 좋아요. ”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거리가 조금씩은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 같다.
2년동안 이어진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버텨내신 사장님의 가게에도 봄이 오기를.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시장4길 14-1

032-773-2212

매일 10:30 – 21:00 (명절 휴무)

#곰표가 사랑한 노포#효자동손만두

노포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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