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70주년

‘곰표’를 사랑하는 노포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유명하지는 않지만, 70여년 전통의 ‘곰표’ 밀가루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사장님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대한제분 ‘곰표’의 신입사원의 시각으로 다소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곰표’를 사랑하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취재문의 – mkt@dhflour.co.kr

68년 전통 수제과자점 “수호명과”

동대문에 위치한 수호명과는 1954년부터 그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수제과자 전문점이다. 얼마 전 자리를 옮긴 가게 내부에는 그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장님의 아버지께서 과자를 만드실 때 사용하시던 옛날 과자 틀과 주걱 등이 정연히 놓여있었다.
매장은 새롭게 바뀌었지만, 수호명과만의 오랜 레시피와 과자에 대한 진심은 변치 않았다.

“아버지가 1954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고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 밑에서 같이 도와드렸어요. 저희 아들 돌 지나서 저도 기계를 잡고 일을 시작했죠. 저희 엄마가 편찮으셔서 ‘내가 해 볼게!’하고 시작했는데 그 계기로 제가 쭉 맡아서 하게 된 거예요. 그때 아버지가 너무 좋아하셨어요, 일꾼이 하나 더 늘었다고. 그 때부터 계속 하고 있는 거죠.”

노포 취재를 시작한 후로 처음 등장하는 밀가루인데, 암소 박력 밀가루를 사용하고 계셨다.
박력 밀가루는 중력분, 강력분보다 글루텐 함량이 낮아 제빵보다는 쿠키나 과자와 같은 제과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하면 좋은 밀가루다.
사장님은 이 박력 밀가루가 처음 나왔을 때 즈음,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 난다고 하셨다.

“박력분이 나온 지가 제 기억으로는 30년 좀 넘었는데, 아버지가 그 전에 저게 없을 때는 중력분을 사용하셨습니다. 중력분을 사용하실 때는 과자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박력분이 나오고 너무 좋아하시면서 저걸 구입하셨어요.
그 뒤로 자연스럽게 아버지 하시던 대로 그대로 하는 중인데 아직도 제 기억에 남아요.
과자용으로 박력분이 나왔다고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그게 안 잊혀집니다. 그 때는 다 중력분을 썼는데 만족을 못 하셨거든요. 중력분은 과자가 찐득한 느낌이 있는데 박력분으로 과자를 만드니까 더 바삭하게 되더라고요.”

“아버지는 그걸 아시니까 나오자마자 구입을 하셨대요. 과자의 질을 생각하셨던 분이라서 비싸든 싸든 상관 없었습니다. 과자에 대해 항상 고민을 하셨는데 나오자마자 사용해보시고 ‘이게 맞다’고 굉장히 좋아하셨거든요.
저도 아버지가 30년 넘게 쓰셨으니 바꿀 생각을 해 보지 않았어요. 가격대가 약간 있지만 질을 위해 사용합니다. 밀가루를 바꾸게 되면 과자의 질이 확 떨어지거든요. 아버지께서는 오직 품질만 생각하셨어요. ”

평소에 박력 밀가루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매우 궁금해졌다.
사장님의 이 이야기를 듣고 사장님의 아버지께서는 과자에 대한 철학이 있고, 진심으로 과자를 사랑하신 분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박력분은 일반 중력분보다 다소 가격대가 있기 때문에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선뜻 바꾸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텐데,
오직 품질을 위해서 고집하셨다는 게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옛날에는 과자를 만들어야 하니까 먹는 암모니아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걸 너무 싫어해서 어떻게 하면 그걸 안 쓰고 과자를 만들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셨어요.
그리고 저 기계에 기름칠을 하지 않으면 과자가 다 들러붙었는데, 그것도 싫어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바꿀까 또 고민하시고 알아내셨어요. 아버지가 좀 그런 게 강하셨어요.
저 과자가 원래 일본에서 건너 온 건데, 아버지도 일본 사람 밑에서 어렸을 때 배우셨대요.
그 밑에서 배우긴 했지만 아버지만의 방식으로 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셨던 모양이에요.”

“저희는 첨가물을 아예 안 넣어요. 아버지가 어떻게 하면 첨가물을 빼고 과자를 맛있게 만들까 연구를 많이 하셨습니다. 제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계속 연구를 하시느라 어마어마하게 반죽을 버리셨어요. 그러니까 박력분이 나오자마자 좋아하셨겠죠. 다른 것을 섞어 쓸 생각은 안 했습니다. 아버지가 절대 안 된다고 하셨어요. ”

첨가물을 최소한으로 사용하시는 게 아니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실제로 매장에 설탕과 밀가루 포대 외에 다른 첨가물 포장지는 보이지 않았다. 시중에 나오는 가공식품 중에 인공 첨가물이 안 들어간 상품들이 없는데, 끊임없는 연구로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고급 과자를 만드셨다. 배운 내용을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또 연구해서 발전시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많은 양의 반죽을 버려가면서까지 연구하실 만큼의 정성을 쏟아 만든 수호명과의 과자는 정말 특별하다.

“저희 고객 중에 한 분 이 암으로 굉장히 오랜 시간 투병을 하셨는데 그 분이 다른 간식은 절대 못 드세요. 그런데 우리 과자는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오셔서 사 가셨는데, 저희가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어떤 손님은 위장병이 있으신데 시장에 나와있는 센베이 과자를 먹으면 속이 너무 아파서 혼나셨대요. 그런데 지나가시다가 우연히 저희 과자를 사가셨는데 속이 너무 편하다고, 그 때부터 오시기 시작하시거든요. 그 소리를 종종 많이 들었어요.”

사장님의 정성이 고객들에게도 전해지고 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꾸준함은 반드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다 보니, 수호명과에 대한 추억을 가진 손님들도 많이 오신다고 한다.

“워낙 장사를 오랫동안 하셔서 아직도 아버지를 기억해주시는 손님들이 종종 오십니다. 가끔 가다가 옛날 얘기도 많이 하시고요. 저기 ‘정아여상’이라고 있어요. 여상 다니면서도 먹고 시집가서 애 낳고 그 애기가 어른이 돼서 찾아오고 그러면 웃겨요. 그 분들도 웃기기는 하대요. 그걸 기억하고 계시더라고요.
‘엄마 손 붙잡고 와서 이 과자 사먹었는데’ 하면서 그 맛을 기억 한 다니깐요.”

“거의 저희는 단골 손님들이 많아요. 멀리서도 많이 오십니다. 명절 전에 KTX 타고 아산에서 오신 분들도 있고.
미국에서 오시면 또 저희 가게 찾아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저희 단골 분 중에 일본 사람이 있었어요.
우연히 저희 과자를 드셔 보시고 오실 때마다 저희 가게를 들러서 일본 과자보다 저희 것이 더 맛있다고
인정하시더라고요. 그럴 때 뿌듯하죠. ”

청량리에 있는 작은 가게지만, 멀리서 찾아올 만큼 수호명과의 과자들은 매력이 있다. 사장님 부부의 아들 분도 함께 가게를 운영하게 되면서 온라인 판매도 시작했다. 이제는 멀리 사시는 분들도 맛있는 과자를 원할 때 먹어볼 수 있게 되었다.

“아들이 기특해요 대를 잇겠다고 해서. 인터넷도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아들 덕을 많이 보고 있어요. 저희가 적응을 하기 싫어서 포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아들은 젊은 세대니까 습득이 빨라요.
새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아들은 그렇지가 않아요. ”

땅콩 전병은 담백하고 고소했다. 중간중간 땅콩이 그대로 씹힐 때마다 고소함이 배가 된다. 나도 모르게 계속 손이 가는 맛이다.
처음에는 바삭하게 씹히는데 씹을수록 부드러운 고소함이 올라온다.

파래김 전병은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조금만 맛보려고 한 봉지를 뜯었다가 실수로 끝까지 다 먹게 될 수도 있다. 파래김 향이 정말 진하게 올라와서 너무 맛있다. 개인적으로 김을 정말 좋아하는데 달달한 과자 위에 뿌려진 파래김이 맛을 더 풍성하게 한다.

잣 전병은 수호명과의 과자들 중에서 가장 가격대가 있는데, 과자 한 개당 잣이 10개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한 봉지에 10개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잣의 향과 맛이 과자에 묻히지 않고 잘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과자에 들어가는 재료 본연의 맛이 잘 살아있어 고소하고 고급스러운 맛이다.

일반 센베이 과자들 중에서 파래김 전병을 가장 선호했는데, 수호명과의 과자들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다 맛있다. 수호명과의 과자들은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했다. 지금까지 먹어왔던 다른 전통 수제과자들보다 도톰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단순히 ‘과자’보다는 쿠키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과자의 맛을 변함없이 유지하기 위해 정말 예민하게 일 해야 합니다. 여름, 겨울, 봄, 가을, 계절마다 다 신경을 아주 세밀하고 예민하게 일을 해야만이 그 맛을 계속 꾸준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수동으로 일 할 때는 더 예민해서 불 조정 하나부터, 여름에는 습기가 많아서 그걸 또 관리 해야해요.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들은 첨가제를 많이 사용하는데 어르신은 돌아가실 때까지 그런걸 안 쓰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하시고 무던히 연구를 하셨어요. 옛날엔 숙성을 하루 저녁을 재워서 다음날 작업했는데
지금은 자동이라 숙성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도 반죽을 쳐야 합니다.
예전에는 아까 그 주걱으로 반죽을 했습니다. 너무 오래 치대면 딱딱해져요. 반죽을 하고 조금 놔뒀다가 쳐야 합니다. 바로 반죽했다고 기계를 돌려서는 안돼요.
제가 새벽 6시에 나와서 반죽을 합니다. 오늘 하루의 작업 량이 한 포대라면 다섯 시간 정도 작업을 해요.
6시에 나와서 반죽을 하고 9시부터 2시정도 까지 기계를 돌립니다.”

세월이 흘러 사장님도 오랜 시간 동안 직접 연구를 하시면서 아버지께서 옛날에 하셨던 말씀이 어떤 것이었는지 많이 느낀다고 하셨다. 최대한 같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지만, 원물이다 보니 수확에 따라 미세하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차이인데, 그 작은 차이를 느끼시는 것을 보고 과자 하나를 만들더라도
정말 꼼꼼하고 예민하게 신경을 쓰신다고 느꼈다.

“궁금한 게 있더라고요. 박력분이 밀 성분이 가끔 바뀔 때 가 약간 있지 않나요? 아버지가 일하실 때 같은 반죽을 했는데도 어느 때는 과자가 찢어져서 나올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한 날은 ‘이상하다. 왜 이럴까' 고민을 하시다가 분명히 밀가루가 조금 다른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그때 당시에는 ‘아빠가 왜 저런 소리를 하시나’ 그러기만 했는데 저희가 직접 해보니까 그 느낌이 정말 가끔 와요. 그럴 땐 ‘아,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게 이거였구나.
아버지 말씀이 맞았어. 아버지가 늘 말씀 하시던 게 이거야’ 이렇게 말했죠. ”

어렸을 때는 외적으로 매력이 있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분야에 몰입하고 본업에 충실한 사람들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노포를 취재하면서 더 확고해지고 있다. 멋있다는 생각을 넘어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과자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신 사장님의 아버지도, 아버지의 꾸준함을 이어받으신 사장님도 정말 존경스럽다.

“일 하는데 고생을 해도 ‘이 가게는 제발 없어지지 말아야 한다’ 이런 말씀을 들으면 긍지를 갖게 됩니다.
이런 격려 말씀을 해 주시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저는 아버지가 솔직히 존경스러워요.
앞으로도 아버지가 30년 전에 알아내신 레시피대로 꾸준히 만들 생각입니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홍릉로 49 1층

0507-1342-3427

주차 : 불가

#곰표가 사랑한 노포#수호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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