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70주년

‘곰표’를 사랑하는 노포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유명하지는 않지만, 70여년 전통의 ‘곰표’ 밀가루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사장님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대한제분 ‘곰표’의 신입사원의 시각으로 다소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곰표’를 사랑하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취재문의 – mkt@dhflour.co.kr

젊고 건강한 빵집 “피터팬 1978”

‘동네 빵집’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70년대부터 영업을 해 온 동네 빵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40년이 넘은 오래된 빵집이지만, 이름처럼 젊고 건강한 느낌의 외관이었다.
아침 일찍 방문을 했는데도 벌써 많은 종류의 빵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1978년에 아버지가 오픈해서 일 하시다가 10년 전부터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저도 이 일을 이어서 해 가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 타이밍이 언제인지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더 나이를 먹어서 내 일을 하다가 해야 할지, 언제 시작할지 모르다가 공교롭게 2호점을 내고, 그걸 제가 맡아서 운영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운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장의 규모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편이지만 손님들은 끊임없이 들어왔다.
매장 운영만으로도 꽤 바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온라인 판매도 하셔서 궁금증이 생겼다.
특히 매장에 있는 다양한 빵 종류들에 비해 건강빵 위주로만 판매를 하시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저희는 오픈할 때부터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호밀, 통밀, 전립분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어요.
그러다보니 그런 빵을 사러 멀리서 오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분들을 위해 편리를 좀 제공하고자 되게 작은 사이트이지만 건강 빵 위주로 온라인 판매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장단점이 있어요. 저희가 매장 위주로 동네 분들을 위한 빵집이기 때문에 여기에 신경을 쓰는 만큼 거기에 신경을 많이 못 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응대나, 마케팅, 이벤트나선물 같은 것들을 온라인 쪽에서 많이 못 해드려서 고객 분들이 별로 친밀하게 느끼지 않게 느끼실까봐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전국구 빵집이 아닌데, 부산이나 광주 같은 타지역 분들도 ‘피터팬이 뭐야?’ 하면서 조금씩 알 수 있게 돼서 좋은 것 같아요.
다양한 분들에게 저희 빵을 소개해드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장님은 코끼리부터 암소, 프랑스빵용 밀가루까지 대한제분의 다양한 밀가루를 사용하고 계셨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오래 사용하신 만큼 대한제분과의 관계가 정말 깊었다.
요즘 일을 하면서 거래처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일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힘 쓰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유의미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한제분과의 관계를 말하자면 스토리가 길어요. 처음 장사를 시작 할 때는 선택권이 거의 없었죠.
대한제분 밀가루가 최고급 밀가루라는 인식이 아버님 때부터 있었고 비교 대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용하기 시작 한 건데, 쓰다보니 자부심도 갖게 되었죠.
대한제분은 저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건 1998년도 IMF 때였는데, 그 때 당시 직함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부사장님이 저희 옆옆집에 사셨어요. 처음에는 말씀을 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IMF때 밀가루 수급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사모님이 직접 오셔서 밀가루 수급이 힘들면 이야기 해달라며 말씀해주신거죠.
그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희는 다행히 밀가루가 끊기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어려울 때 그렇게 생각해주시고 얘기 해 주신것에 저희가 너무 큰 감동을 받았어요.
이제 대한제분과 더 깊은 관계를 맺어야겠다는 생각을 결정적으로 한 계기였습니다.”

“여기 근처에 외국인 학교도 있고, 또 아세아 신학대가 있어 선교사님들이 오셨는데,
그 때 당시에 미국에서 먹은 빵을 먹고 싶은데 한국에 그런 빵집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아버지께서 그 분들한테 레시피를 주면 직접 만들어 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들이 통밀로 만든 빵을 원하셨대요.
지금이야 통밀이 대중화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잘 없었죠. 그런데 대한제분에서 저희 편의를 많이 봐 주셨습니다.

그 때는 통밀 상품이 없을 때인데도 저희를 위해 만들어서 제공해주셨어요.
덕분에 저희는 그걸 받아서 외국분들한테 빵을 납품하고 소개해 드릴 수 있었죠.

그냥 물건을 납품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 저희를 도와주시고 신경써주시는 그런 회사였기 때문에
관계를 오래 이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통밀 빵을 만드시게 된 계기가 흥미로웠다. 고객층들에 맞게 레시피를 배우시고,
메뉴를 유동적으로 개발하신 것을 듣고 솜씨가 정말 좋으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대중화 되지 않았던 재료라 처음에는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도전을 하신 것이 대단했다.

“저희는 밀가루 함량 기준을 보고 거기에 맞는 제품들에 맞게끔 쓰고 있어요.
요즘엔 좀 더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고자 대한제분 안에 있는 밀가루들을 블랜딩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 7-8년 된 것 같은데 수 십군데 회사에서 저희한테 연락이 왔어요. 밀가루 바꾸라고.
그리고 ‘너네가 만들고 있는 바게트는 다 가짜다, 정통 아니다’ 이런식으로 영업을 해서 ‘그러면 프랑스 정통빵에 대해선 프랑스 정통 밀을 쓰자!’ 하고 프랑스 빵에 대해서는 프랑스 밀을 썼어요.
그랬는데 저희가 너무 아쉬워서 대한제분에 직접 전화했어요. ‘우리 대한제분에서 만든 프랑스밀 쓰고싶다. 왜 안 만드냐’ 그랬더니
본인들도 연구중이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대한제분에서 초청해주셔서 저희 한 네다섯 명이 찾아갔죠.
거기 연구실까지 가서 프랑스 밀을 위해 어떤 테스트를 하고 있고, 대한제분에 어떤 밀이 들어오고 있는지 등등 거기 부장님, 연구원, 팀원들이랑 하룻동안 세미나 식으로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에 프랑스 빵용 밀이 나온거예요. 저희는 너무 감동했죠. 이런 걸 알기 때문에 밀가루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저희는 저희만의 프라이드가 있는 것 같아요.”

사장님 덕분에 오히려 우리 회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것 같다. 납품되는 밀가루의 종류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냥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소에서 끊임 없이 연구하고 테스트를 하여 만든 결과물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아기궁댕이, 요즘에는 유행인데 소금빵, 단팥빵이 잘 나가요. 얼마 전에 제니씨가 방문 했어요.
저는 잘 몰랐는데 그 분 정말 대단하시더라고요. 그 분 팬들이 언니 기 죽이지 말자고 일부러 와서 제니씨가 먹은 빵만 엄청 사갔어요.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모르는 고객층들이 쏟아져 왔어요. 저는 제니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제는 제니 씨 팬을 해야겠어요.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향력이 컸습니다.”

사장님이 말씀해주신 피터팬의 대표 메뉴들을 먹어보았다. 아기궁댕이 빵은 초코맛과 플레인 두종류가 나왔는데,
기본을 선택했다. 이름처럼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모양이 정말 귀여웠다. 안에는 부드러운 크림치즈가 들어 있어 촉촉하고 빵은 쫄깃해서 정말 맛있었다. 살짝 차갑게 해서 먹어도 좋을 맛이다. 많이 달지 않아 더 좋았다.

시오빵은 초코와 기본맛 두 가지 종류를 다 먹었다. 부드럽게 찢겨질 줄 알았는데 정말 쫀쫀했다. 기본 시오빵은 버터의 풍미와 소금의 조화가 완벽했다. 일반 버터 크로아상보다 씹는 맛이 있고 소금 때문에 버터 맛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쫀했다.
초코 시오빵은 기본맛 보다는 더 부드러웠다. 먹는 중간에 초코가 씹혔는데,
우연히 들어간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단팥빵은 통통한 모양 때문에 더 머금직스러워보였다. 계란이 들어가 더 부드럽고 정말 기본에 충실한 맛이었다.
팥 알갱이가 씹힐 정도로 팥의 맛이 잘 살아있었다. 왜 피터팬의 시그니처 메뉴인지 먹어보니 더 잘 알 수 있었다.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은 단지 빵 때문만은 아닐 것 같고, 그냥 마음적으로 편안함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봤던 집이니까 친근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대한제분 밀을 쓰는 것처럼 ‘재료들도 가장 1등 하고만 하자’ 라는 대표님의 마음이 있으세요.
그래서 고객 분들도 그런 걸 느끼시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빵을 직접 하나하나 만들어서 고객들한테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 하나하나 만들 수 없는 세상이 오는 것 같은게 가장 큰 고민입니다. 그게 저희처럼 빵 만드시는 분들의 문제일수도 있고,
많은 양을 생산하는 게 잘 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점점 만들어지니까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자동화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해 오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만큼은 좀 천천히 하자, 우리는 그런 빵집이야.’ 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이런 점들이 가면 갈수록 더 많이 고민이 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먹는 입장에서도, 만드시는 입장에서도 항상 고민이 되는 주제인 것 같아서 공감이 갔다.
디저트가게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수제로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어 빵이 빨리 소진되는 날은 방문 했다가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고민도 빵에 대한 자부심과 정성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빵 칭찬 해주실 때, 그리고 그것 보다도 ‘내가 임신했을 때 입덧이 있어서 이 빵을 먹었는데 애가 지금 이렇게 컸다’고 중학생 아이를 데리고 와서 말씀 하시거나, 할머니가 손자 데리고 오셨을 때나 저를 보시면서
‘내가 너 중학교때부터 봤어!’ 라고 해주시거나 이런 관계를 맺었을 때
그래도 제가 매일 아침 문을 열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싶어요 ”

동네에 어릴 적 추억이 있는 가게가 있다는 것은 행운인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어도 그 곳을 방문하면 그 나이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피터팬1978에 방문하는 손님들도 가게에 방문한 잠깐 동안은 영원히 늙지 않은 피터팬이 되지 않을까.

“피터팬은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캐릭터잖아요.
저희 매장이 그렇게 젊고 건강한 매장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으신 이름이에요.
또 우리매장을 방문하시고 저희 빵을 드시는 고객분들이 피터팬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 10

02-336-4775

주차 : 불가

#곰표가 사랑한 노포#피터팬1978

노포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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