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70주년

‘곰표’를 사랑하는 노포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유명하지는 않지만, 70여년 전통의 ‘곰표’ 밀가루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사장님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대한제분 ‘곰표’의 신입사원의 시각으로 다소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곰표’를 사랑하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취재문의 – mkt@dhflour.co.kr

홍두깨로 밀어 만드는 미아사거리 “원조 손칼국수”

영하 11도의 추운 겨울날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종암동에 있는 ‘원조 손칼국수’를 찾아갔다.
입구가 건물의 뒤쪽에 있어서 길을 좀 헤맸는데 굴림체로 쓰여진 정직한 간판이 맞이해 주었다.
회사에서 칼국수에 진심이신 분의 추천을 받고 간 곳이라 더 기대가 됐다.

“올해가 44년째, 70년에 개업을 했습니다. 이 건물하고 같이 생겼던 식당이에요.
저는 3년째 운영을 하고 있고 같이 일하는 언니는 16년째 일하고 있는 중입니다.
원래는 야구 김인식 감독님 누님들이 운영을 했어요. 저는 여기서 일 하다가 인수를 받게 되었죠.”

사장님께서는 원조칼국수에서 직원으로 일하시다가 3년 전에 인수받아 운영 중이라고 하셨다. 3년 전부터 운영중이긴 하지만, 레시피는 이전과 다름없이 그대로라고 한다. 입구 옆쪽에 곰표 중력분과 코끼리 빵용 밀가루가 눈에 띄었다. ‘곰표’가 중력분 브랜드라면 ‘코끼리’는 강력분 라인의 브랜드인데, 코끼리 밀가루는 주로 빵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면을 파는 식당에 많이 가보았지만 코끼리 빵용 밀가루를 사용하는 곳은 처음 봐서 신기했다.

“칼국수를 만들 때 코끼리 빵용 밀가루와 곰표 중력 밀가루를 배합하여 사용합니다. 초창기부터 그렇게 해서 저희도 똑같이 하고 있어요. 그냥 중력분만으로 반죽을 하면 면이 뚝뚝 끊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코끼리 빵용 밀가루를 섞으면 아무래도 면이 더 쫄깃하고 찰기가 강해지는 것 같아요. 저희는 면을 항상 숙성을 합니다. 아침에 한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오후에 점심시간 끝나면 홍두깨로 밀어서 내일 쓸 반죽을 하룻동안 숙성을 시켜요. 숙성을 하면 면은 쫄깃해지고 만두피는 터지지 않아요.”

눈으로 봤을 때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강력분과 중력분 두 가지의 밀가루가 섞여 더 찰기 있는 면발이 탄생되는 원리가 궁금해진다. 작년 여름에 방문했던 해안칼국수에서도 ‘강력’제면용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면발에 찰기를 더하려면 강력분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반죽에는 강력분인 코끼리 빵용 밀가루가 들어가는 비율도 생각보다높았다.

“비율은3대 2로 섞어서 사용합니다. 강력분만 쓰면 너무 빡빡해지기 때문에 중력분과 섞어서 써야 해요. 중력분 비율이 3이죠. 반죽은 기계로 하지만 면은 직접 손으로 다 밀어서 만들어요. 홍두깨로 반죽을 얇게 밀고 칼로 직접 썰기 때문에 면의 모양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가지런하지 않아서 씹는맛이 있죠.
육수는 사골이 아니라 양지 육수에요. 사골은 이런 맛이 아니에요.양지가 더 담백한 맛이 납니다.
국물이 뽀얀건 밀가루 국수를 넣고 끓여서 그런거예요. 원래 양지 육수는 투명한 육수입니다.
원조 할머니들하고 같이 했던 방식 그대로 지금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칼국수는 간이 거의 되어있지 않아 간장을 덜어 먹었다. 간장이랑 김치와 함께 먹으니 조화가 잘 맞았다. 뽀얀 국물이라 사골 육수인줄 알았는데 양지로 육수를 낸다고 하셨다. 사골 육수보다는 고기맛이 덜 나고 순한 맛이다. 면은 직접 손으로 반죽을 밀고 썰어 만든 면이라 면의 굵기가 일정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졌다. 살짝 꼬불거리는 면발의 식감이 칼국수의 맛을 더 풍성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칼국수는 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고, 감자전이 정말 별미였다. 양도 많고 전분이 들어가서 쫀득쫀득한 식감이 좋았다.
감자전용 간장은 따로 주시는데 칼국수용 양념장에 찍어먹어도 맛있었다.

“밀가루는 원래 쓰시던 분들이 쓰던 방식대로 똑같이 두 가지의 밀가루를 섞어서 쓰고 있습니다.
바꾼 적은 없어요. 그런데 저번에 어떤 손님이 와서 그러더라고요.
따로 안 쓰고 한 가지로 쓸 수 있는 게 있다고. 그런데 저는 그런 거 몰라서 ‘저는 모르는데요’ 했죠.”

손님은 아마도 ‘강력제면용’ 밀가루를 말씀하신 게 아닐까 생각했다. 두 가지 밀가루를 비율에 맞춰 섞어서 쓰는 것 보다는 한 가지만 사용하는 것이 편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섞어 쓰는 것도 ‘비법’이라고 하셨다. 44년동안 지켜오신 비법이니, 원조손칼국수의 면에 최적화된 방식일 것이다. 밀가루를 바꾸면 많은 걸 바꿔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치는 매일 아침마다 만들어요. 이 간장도 시골에서 받아다 옥상에서 항아리에 직접 담가요. 저희 칼국수는 접시에다 면을 덜고 거기에 간장을 넣어 섞어드시면 맛있어요. 육수에는 멸치나 해산물은 넣지 않고 마늘만 조금 넣죠. 제가 이 집에 일하러와서 정말 한 달을 국수를 먹은 적 있어요. 정말 날마다 먹었어요. 그렇게 맛있었어요. 그리고 경상도는 또 이런 간장이 있어야해요. 이런 양념 간장을 주는 곳들이 많이 없는데 여기 오니까 간장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간장만 맛있으면 다 오케이에요. 그리고 옛날에는 이런 고기나 멸치가 어디 있어요. 제가 살던 곳은 완전 산골이었거든요. 저녁마다면 밀어서 맹물에다가 끓이고 이 양념 간장 넣어서 먹었어요. 그래서 이 간장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칼국수 양념장은 감칠맛이 좋아서 사장님 말씀대로 맹물에다가 풀어서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처음 오셨을 때 한 달 동안 매일 국수만 드셨다고 했는데 그 말씀이 이해가 갈 정도였다.
슴슴한 육수에 짭짤한 감칠맛이 나는 양념장의 조화가 정말 좋았다. 칼국수집은 또 김치가 생명인데 겉절이가 한 몫을 한다. 살짝 달짝지근하고 마늘맛이 많이 나는 겉절이가 정말 맛있었다. ‘원조칼국수’를 추천해 주신 분도 ‘간장과 김치가 맛있는 집’
이라고 하셨을 정도로 김치와 양념장이 이 집의 ‘킥’이라고 생각한다.

“손님들은 젊은 분들도 오시지만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많이 오시죠.
그리고 비 오는 날에도 손님이 많이 와요. 여기는 손님들이 몇십 년 된 사람들이 많고 단골이 많아서 장사를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멀리 이사가서도 생각나서 오셨다는 분들도 많아요.
이게 한 두번 먹어서는 잘 모른대요. 그런데 이게 마약처럼 계속 생각이 난다고 합니다.
그 맛이 이렇게 뒤에서 나온대요.”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웃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이 바뀌었지만 옛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미아사거리의 원조 손칼국수.
멀리 이사가신 손님들도 계속 찾아오신다는 건 몇십 년 동안 축적된 레시피를 그대로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음식도 맛있었지만 사장님과 주방 이모님이 정말 친절하시고 좋은 분들이라 손님들이 계속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변하지 않은 레시피와 친절함이 비법인 종암동의 원조손칼국수에서 든든한 한 끼를 잘 먹었다.

서울 성북구 종암로 113 국승호치과의원 1층

02-923-0681

11:00 - 20:30

주차 : 가능

#곰표가 사랑한 노포#원조손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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