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70주년

‘곰표’를 사랑하는 노포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유명하지는 않지만, 70여년 전통의 ‘곰표’ 밀가루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사장님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대한제분 ‘곰표’의 신입사원의 시각으로 다소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곰표’를 사랑하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취재문의 – mkt@dhflour.co.kr

대동문

“대동문은 평양의 국보 제 1호에요. 예전에 1호였는데 지금은 바뀌었을 거예요.
우리 어머니 아버지 살던 동네에 있던 게 대동문 이에요. 평양 대동강변에 있습니다.”

“이 백상빌딩이 여의도 초창기때 생긴 건물이에요. 지하에 보면 통로도 많이 좁고 옛날 건물입니다. 아들까지 하면 가게가 3대째 되는 거예요. 아버지 때부터 33년째 영업 중입니다. 제가 99년도서부터 했으니 오래 되었죠. 어머니 아버지가 평양 분이시라 메뉴를 이렇게 정했어요.
처음에는 음식점을 할 때는 평양음식이 섞여있었지만 잡다하게 내장탕, 동태탕 이런 것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하면서 그런걸 싹 다 치워버리고 평양음식 전문점으로 바꿨습니다.
재료 관리하기도 좋고 특색 있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그러니까 전략적으로 더 괜찮더라고요.”

여의도 백상빌딩 2층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대동문은 평양음식을 전문으로 파는 3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식당이다. 처음에는 다양한 음식을 팔았는데, 사장님이 운영을 맡게 되면서 메뉴를 줄이고 평양음식 전문점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평양음식 전문점으로 바꾸면서 비빔밥도 메뉴에서 없애려 했는데, 찾으시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 비빔밥만은 아직 운영 중이라고 하신다.

“곰표 밀가루는 가게 생길 때부터 받아 쓴 것 같아요. 음식을 딱 만들게 되면 저는 감으로 만들지 않아요.
다 데이터로 만들어요. 어떤 재료들이 얼만큼 들어가고, 조리 시간과 온도 같은 제조 과정을 노트로 다 정리해 둡니다.

어떨 때보면 똑같은 밀가루라도 다른 데 밀가루를 쓰다 보면 뭔가 이상해져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써보다가 만족했다 그러면 정착하는 편이에요. 밀가루는 아버지 때부터 계속 썼는데 아마 아버지도 그렇게 쓰셨을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랑 같이 하다가 이제 제가 어머니 아버지보다 햇수로 따지면 더 오래 했거든요.

저는 음식을 하면서 전부 데이터를 뽑아봤어요. 조금씩 개선시켜나가다가 그 데이터를 가지고 계속 그대로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입으로 간을 거의 안 봐요. 간을 볼 필요가 없어요.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재료를 넣게 되면 항상 그 맛이 납니다. 사람 입맛은 간사해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어서 정확히 몰라요.

저희 집에는 고깃국물이 들어가는 음식들이 많아요. 육수 하나 가지고 다 만들어지고 있죠. ”

‘손맛’과 ‘감’으로 음식을 만드는 노포 가게들이 많았는데, 대동문 사장님은 모든 레시피들을 일일이 다 기록해두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든 음식들을 만든다고 한다. 실제로 사장님이 보여주신 노트에는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드는 다양한 레시피가 빽빽하게 적혀져 있었다. 다양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만족스러운 레시피가 나오면 정착한다고 하신다.
빽빽하게 채워진 사장님의 노트는 정말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가루는 만두 피에 밀가루를 제일 많이 사용하는데 반죽은 제가 담당합니다.
강력과 중력밀가루를 1:1로 넣고 고기국물을 넣어 반죽을 더 맛있게 합니다.
추가로 저희만의 조리 과정이 있는데 그렇게 해서 만두피가 완성이 됩니다.”

평양손만두국에 들어가는 만두 피에 주로 밀가루를 사용하고, 냉면 반죽을 하실 때는 20% 정도만 사용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반죽을 하는 법도 굉장히 특이했는데, 2주 정도 숙성을 한 밀가루 반죽과 새 밀가루 반죽을 섞어서 만두피 반죽을 만든다고 하셨다. 이것도 사장님이 연구하면서 찾은 가장 좋은 레시피이다.

“냉면에는 메밀이 위주라 밀가루는 한 20프로만 들어가요. 중력도 쓰지만 강력밀가루를 주로 쓰죠. 메밀냉면은 주문 받아서 바로 손반죽을 해요. 평양냉면이라 메밀가루를 사용해서 바로 반죽을 해서 만들지 않으면 퍼져요. 동치미 맛이 강하죠? 평양냉면은 원래가 고기육수가 아니라 동치미 국물을 사용합니다. 평양냉면은 메밀 함량이 70%는 되어야지 평양냉면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평양냉면은 비냉이 없어요. 전부 물냉이에요. ”

“평양냉면의 면은 이빨로 물게 되면 질기지 않고 우두둑 끊어지게 만들어요.
대개 평양냉면 전문집들을 가면 쫀득한 맛이 좀 덜 해요. 메밀을 반죽에 넣게 되면 순식간에 팍 삭아서 그래요.

평양냉면의 면은 반죽할 때 숙성시키면 안돼요. 함흥냉면은 숙성 시켜도 됩니다. 함흥냉면의 면은 자체 발효되고
전분도 많이 들어가서 숙성을 시켜도 끈기가 있는데 메밀 위주로 만든 면은 반죽해놓고 10분 정도가 지나면 팍 삭아요. ‘흐들흐들’해집니다.
평양냉면은 그래서 반죽 관리하기가 많이 까다로워요. 메밀면은 우두둑 끊어지는 식감이 있으면서도 쫀득함이 있는데 반죽하고 5분정도 있으면 그 쫀득함이 사라지죠.”

사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를 잘 몰랐는데, 내호냉면과 대동문의 사장님 덕분에 그 차이를 더 잘 알게 되었다.
‘평양냉면은 심심하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평양냉면에는 비빔냉면이 없고, 메밀반죽을 사용해서 ‘우두둑’ 끊어지는 식감이 특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평양냉면은 먹을 때마다 물냉이었고, 면은 우두둑 끊어지는 특이한 식감이었는데 인지를 잘 하지 못했었다. 보통 면발에 찰기가 있어야 맛있다고 느끼는데 메밀면 특유의 끊어지는 식감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메밀이 순메밀이 있고 통메밀이 있어요. 순메밀이라는 것은 겉껍질을 완전히 까버린 거고 통메밀은 겉껍질은 안 깐 거예요. 검정색이죠. 통메밀을 갈게 되면 거무튀튀하면서 거친 질감이 생깁니다. 그런데 제 입에서는 그 식감이 좋더라고요. 씹는 식감 때문에 통메밀을 넣었고, 또 이빨로 탁 무는 순간 약간 쫀득한 느낌이 오는 것은 중력밀가루를 넣어서 그런 거예요. 맛의 비율과 식감을 위해서 메밀과 밀가루를 잘 조합해서 만든 거죠. ”

사장님의 말씀대로 육수는 동치미 국물과 고깃국물 맛이 아주 조화롭게 잘 어우러졌다. 너무 밍밍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고 간이 딱 적당히 잘 됐다. 메밀면은 첫 입에 쫀득하다가 우두둑 끊어졌는데 씹을 때마다 통메밀이 톡톡 씹혀 재미있었다.
살짝 까끌한 메밀과 밀가루의 조합이 잘 되어 먹는 내내 퍼지지도 않고 재미있는 식감을 유지했다.

만둣국이 처음 나왔을 때 생각했던 흰색 만둣국이 아니라 놀랐다. 투명한 국물에서는 진한 고기육수 맛이 났고 고춧가루의 매콤함이 끝 맛을 아주 잘 잡아주었다. 만두는 피가 정말 쫄깃했고 속이 꽉 차 있었다. 만두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만두 속 재료가 잘 어우러져 정말 부드럽고 맛있어서 한 그릇을 다 먹었다. 몇 번이고 다시 방문해서 먹고 싶은 맛이다.

“저는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요. 음식은 손님 입맛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입맛에 맞추는 것도 중요해요. 제가 먹기 좋아야 손님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 입은 백 개인데 이 백 가지를 다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 제가 만족하는 맛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면 손님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계속 장사를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람도 있고요.”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6길 30 백상빌딩 2층

02-782-1780

10:00 – 22:00 (토요일/공휴일 휴무) 15:00 – 17:00 브레이크 타임

#곰표가 사랑한 노포#대동문

노포 스토리

25년 전통,기름 없는 호떡 <신포 옛날 찹쌀 호떡>
70년 전통, 3대째 내려온 신포동 맛집 <신성루>
2대째 운영 중인 33년 전통 평양음식 전문점, <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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