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70주년

‘곰표’를 사랑하는 노포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유명하지는 않지만, 70여년 전통의 ‘곰표’ 밀가루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사장님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대한제분 ‘곰표’의 신입사원의 시각으로 다소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곰표’를 사랑하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취재문의 – mkt@dhflour.co.kr

개화식당

인터넷으로 여러 중국집을 찾아보던 중 6-70년대에 사용하던 곰표밀가루 광목 지대가 걸려있는 중국집을 발견했다.
궁금해서 더 찾아보니 무려 100년이 넘은 식당이었다.

“저희가 지금은 4대째 운영 중입니다. 이 자리에서만 60년을 했고 총 102년이 됐습니다.
저는 3대고 아들도 같이 운영 중이에요. 지금 요리하는 것들은 다 아버지께 배웠죠.”

평택시장 골목에 작게 자리잡고 있는 개화식당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60년이나 됐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다소 평범한 외관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평범한 모습으로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왔다는 게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백 년 전에는 밀가루도 없고 방앗간도 없었잖아요. 밀을 사다가 집에서 직접 빻아서 사용했죠. 옛날에는 다 그렇게 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밀가루는 정말 귀했죠. 그러다가 조금 지나고는 UN에서 지원해준 물자를 썼거든요.
그 후에 곰표 밀가루가 나와서 곰표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 곰표 말고 다른 경쟁사 밀가루도 있었는데 그 시절에는 면을 다 수타로 했어요.
수타로 면을 만들 때 곰표 밀가루를 사용하면 10그릇이 나온다면 다른 밀가루는 8그릇밖에 안 나와요.
곰표로 수타를 하면 면이 쫙쫙 잘 늘어났거든요. 반죽이 부드러우니 사용하기가 더 쉬워 정착하게 되었죠.

지금은 기계를 사용합니다. 사실은 수타가 기계면 보다는 맛이 없어요. 왜냐하면 수타를 하면 소화는 잘 되는데 조금 푸석푸석 하거든요. 기계면이 더 쫄깃한 맛이 있죠.”

사용하는 밀가루의 양이 같다면 요리로 만들어지는 양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아마 숙성되는 속도나 정도가 밀가루마다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반죽이 잘 늘어난다고 하신걸 보니 면발도 쫀득하고 탄력이 있기 보다는 중화요리에 맞게 부드럽고 매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화식당이 처음부터 순탄하게 운영됐던 건 아니었다. 100년 전에는 지금보다 경쟁 식당이 적어 처음부터 큰 인기를 끌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고 한다. 중식집의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짜장면도 팔지 못했고,
밀가루가 없어 밀을 사서 직접 맷돌로 갈아 만들어야 했다.

“1920년대에 저희 할아버지가 식당을 시작할 당시에는 모든 게 다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그때는 밀을 직접 빻아서 밀가루를 써야 하니까 수타를 할 줄 알아도 면을 못 만드는 거예요.
아무래도 곱게 안 갈아지니까 반죽에 덩어리가 많이 지잖아요. 그래서 칼국수마냥 칼로 썰어줬어요.
밀 빻는 게 엄청 힘들잖아요, 기계도 없고.
그래서 맷돌로 갈았죠. 맷돌로 암만 잘 간다고 해도 한계가 있잖아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집에 나귀가 있었어요. 나귀가 돌아가면서 돌리면 맷돌이 돌아갔죠..
그 때는 짜장에 쓰는 춘장도 기성품이 없어서 직접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고생 많이 했죠. 춘장도 만들 줄 모르고.
그래서 그 당시 팔았던 건 짬뽕하고 우동밖에 없었어요.
그러다가 기성품이 나오고 나서 메뉴가 조금씩 늘게 된 거죠. ”

“재료들을 구하기 쉬워지면서 맨 처음 메뉴와 지금 메뉴는 차이가 있어요. 많이 바뀌긴 했죠.
그래도 예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메뉴는 깐풍기, 탕수육, 짬뽕, 짜장은 계속 똑같이 하는 중이에요.
그 중에서도 여기만의 특색있는 상품 유니짜장, 원조짬뽕입니다.”

“저희 집 유니짜장은 좀 매콤합니다. 저희 가 아주 새롭게 개발했다기 보다는 조금 다르게 매콤하게 만들어본 거죠. 평택에서 좀 많이 알아주는 편 인 것 같아요. 원조짬뽕은 옛날 전통 방식으로 만든 백짬뽕입니다. 원래는 짬뽕이 빨갛지 않았어요. 60년대 후반서부터 한국 사람이 중국집에서 배워서 식당을 차렸는데,
그 때부터 짬뽕에 고춧가루를 넣기 시작해서 현재 빨간 짬뽕이 대중화 된 거죠. ”

작년에 방문한 부천에 있는 중식집 <복성원> 사장님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복성원 사장님께서도 70년대 즈음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고춧가루를 넣은 빨간 짬뽕이 대중화 되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똑같은 말씀을 하셔서 놀라웠다.

원조 짬뽕은 말씀하신 것처럼 백짬뽕이었는데 해물이 정말 푸짐하게 들어가 있었다.
국물에서 고추 향이 시원하게 났는데 많이 맵지 않고 적당히 칼칼한 맛을 냈다.
독특하게도 생강 맛이 살짝 나서 중화요리의 기름진 맛을 잘 잡았다.
레시피는 조금 바뀌었을수도 있지만, 100년의 전통과 가치가 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정말 특별했다.

유니짜장은 사장님이 말씀하신대로 매콤했다. 소스도 적당히 꾸덕해서 면발과 합이 잘 맞았다.
면이 전혀 뻑뻑하지 않고 부드럽게 잘 넘어갔다. 매콤함 때문도 있지만 일반 중국집 짜장면과는 달리 맛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단맛이 덜하고 소스 안에 적당히 볶아진 고기의 풍미가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그 동안 먹어본 짜장면들과는 다른 맛이라 멀리까지 온 보람이 있다고 느껴졌다.

“예전에는 평택 시장이 이 근방에서 제일 큰 시장이었어요. 5일장 할 때는 사람이 무진장 많았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죠. 예전 장날 같은 경우에는 밀가루도 5포대씩 썼습니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았다는 얘기죠.
요즘에는 많이 줄기도 했고, 요리가 조금 더 많이 나가는 편이라 그 정도 까지는 안 쓰죠.

처음에 생활의 달인에 나갔을 때 손님이 많이 늘었고, 최근에는 유튜버 쯔양씨가 방문 한 후에 손님이 많이 늘었습니다. 손님이 많아서 좋기는 하지만 주말에 줄을 서고 하시면 손님들한테 많이 미안하고 고맙죠. 가게가 너무 협소해서 20명 정도만 들어오면 그 때부터 줄을 서야 합니다.
거기다 깐풍기 한 번 튀기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음식은 빨리 나와야 하는데 손님도 많고 하니 정말 죄송했죠.
그러다가 아들이 내려오고 나서 체계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손님이 많이 오면 무조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장님께서는 좋은 마음 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하신다.
특히 개화식당의 손님들은 멀리서 오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100년을 버틴 개화식당의 동력은 장인정신과 계속 찾아주시는 손님들 덕분이다.

“그래도 찾아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계속 가게를 이어갈 수 있어서 좋죠.
저희 집은 단골 손님들도 계시지만 지방에서 많이들 찾아오세요. 통영이나 제주도에서도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오히려 거리두기가 풀리고 타지에서 오시는 분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죠. 정성을 담아서 요리를 맛있게 하려고 합니다.
내가 먹는다고 생각하면 돼요. 양심적으로 하면 사람들이 다 알아봅니다.”

경기도 평택시 통복시장로6번길 2

031-655-2225

11:00 – 20:00 (월요일 휴무)

#곰표가 사랑한 노포#개화식당

노포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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