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70주년

‘곰표’를 사랑하는 노포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유명하지는 않지만, 70여년 전통의 ‘곰표’ 밀가루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사장님들을 만나는 코너입니다.
대한제분 ‘곰표’의 신입사원의 시각으로 다소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곰표’를 사랑하는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취재문의 – mkt@dhflour.co.kr

3代의 비법이 담긴 황학동 할아버지칼국수

할아버지칼국수는 동묘앞역에서 청계천을 지나 조금 더 걷다 보면 작은 골목 입구에 위치해있다.
간판이 잘 보이지 않지만 가게 앞에 떨어진 하얀 밀가루 덕분에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가게 문이 열자마자 갔는데도 손님들이 계속 찾아왔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제가 알기로는 70년대부터 영업을 했습니다.
이 쪽이 원래 1차선 밖에 없었고 노점으로 운영을 했거든요. 지금 이 가게가 정육점, 양복점이었는데 거기가 나가고 할아버지께서 가게를 얻으셔서 여기서 운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운동을 하셨던 사장님은 벌써 15년째 가업을 잇는 중이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가 장사하셨을 때의 풍경을 되찾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인데 책임감을 갖고 뛰어드신 도전정신이 대단하다.

“원래는 레저스포츠과를 나왔습니다. 여름에는 래프팅, 겨울에는 스키장에서 지냈죠.
일년에 몇 번 서울 올라와서 인사 드리는데 추석날이었나, 저희 가게가 안 보이는 거예요. 처음에는 ‘가게를 접었나’ 생각했어요.
알고 봤더니 그 당시에 아버지랑 큰아버지랑 한달 한달 번갈아 가면서 하셨는데 먹는 장사가 한 사람이 해야지 각자 다른 두 사람이 하면 그렇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할아버지가 하실 때보다 장사가 그만큼 안 되는 데다가 청계천 공사를 하면서 많이 기울어졌습니다.”

“제가 예전에 생각하고 봐왔던 풍경이 아니어서 할아버지께 ‘제가 1-2년만 도와서 하면 안되겠냐’ 허락을 구했죠.
그때는 20대때니까 하는 것마다 다 잘 할 때여서 도와주면 금방 될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보아왔는데 제가 이제 15년차에요. 처음에 할 때는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어떡할까 고민도 했습니다. 할아버지가 그때 ‘그냥 네 갈 길 가라. 왜 젊은 사람이 이거 하냐’ 하셨어요.
보통 부모랑 할아버지랑 마음이 같잖아요. 손주나 자식이 힘든 거 하는 것 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길 원하죠.”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는데도 계속 하는 이유는 일단 제가 내뱉은 말을 지켜야겠고, 두 번째는 아이가 있어서입니다. 제가 살려놓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죠. 운동 한 사람들이 약속은 잘 지켜요.”

할아버지칼국수의 면은 정말 특이하다. 방문하기 전 인터넷으로 여러 개의 후기를 보고 방문했는데, 사진으로도 면발이 굉장히 얇고 투명한 것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기계면과는 모양도 식감도 많이 달랐다.
비법은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특별한 숙성법과 ‘빠른 칼질’이다. 당연히 기계로 하면 더 빠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계로 하실 때보다 손으로 하시는 게 2-3배 이상 빠르다고 한다.

“보통 숙성이라고 하면 냉장고에 넣었다가 빼는걸 생각하시는데 날씨마다, 계절마다 숙성하는 법이 다 다릅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봤으니까 알아요.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더운 날 다 다릅니다.

아버지, 할아버지가 하시던 것처럼 추운 날은 물을 더 넣고 더운 날은 물을 더 빼고 추운 날은 숙성을 더 오래 시키고 더운 날은 숙성을 짧게 시키고 이런 감으로 하고 있어요. 물 비율도 다릅니다.
그런 게 맞아야 숙성도 잘 돼요.
자연숙성을 잘 한다면 더 오랫동안 상하지 않죠. 무작정 뜨거운 반죽을 냉장고에 바로 넣으면 바로 쉬어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보니까 다른 데랑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할아버지가 하실 때랑 아버지가 하실 때, 제가 할 때는 또 많이 달라요. 제가 하고 나서는 반죽에서부터 육수까지 다 바꿨어요. 반죽을 숙성하는 법은 좀 더 보완하고 육수와 다대기는 제가 만들었죠.”

“다른 칼국수 가게는 잘 자르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런 것 없이 그냥 속도대로 자르다 보니까 꼬불거리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집안이 좀 성격이 급하고 고집이 있는 편이에요.

아버지가 할아버지랑 같이 장사를 하실 때 기계를 한 번 갖고 와 보셨대요. 그런데 저희는 박리다매 식으로 많이 판매를 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기계가 감당이 안됐죠. 제가 보통 8-9인분 만들 때 기계는 3-4인분밖에는 안 나와요. 그러다 보니 계속 손으로 반죽 하는 거죠.”

집에서 수제비 해 먹는다고 반죽을 조금 주물러도 손가락이 아픈데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밀가루 반죽을 하시는 사장님에겐 체력이 중요할 것 같다.

“20대 초반에는 잘 버텼는데 지금은 좀 힘들죠. 운동을 했으니까 그래도 괜찮은데 지금은 직업병이 옵니다.
반죽 일을 많이 하면 어깨가 아프다고 하는데, 저는 어깨보다 팔꿈치랑 손목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장사하려면 체력도 중요해요.”

칼국수는 말 할 것도 없이 역시나 맛있었다. 매콤한 맛이 좋아해서 사장님표 다대기를 넣어 먹었다. 보통은 한 숟갈을 퍼 넣었을 텐데 다대기 통에 붙어있는 ‘많이 매우니 조금만 넣으라’는 문구를 보고 아주 살짝만 넣어봤다. 사장님의 말을 듣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덜 매운 다대기를 넣었는데도 매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그게 오히려 칼국수의 감칠맛을 더 살렸다.

꼬불한 면발은 먹을 땐 라면처럼 후루룩 잘 넘어갔고 입 안에서는 녹아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면발의 도톰한 부분은 씹히고 투명할 정도로 얇은 부분은 살살 녹았다. 단면이 두꺼운 면 보다는 납작하고 가는 면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면이었다.

예전보다 살짝 오르긴 했지만 할아버지칼국수에서는 한 그릇에 4,000원이면 푸짐한 칼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집에서 내려 온 것도 있고, 저도 원래 먹는걸 좋아하는데 사먹는 외식문화는 비싸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도 운동하면서 많이 먹어봤지만 먹는데 비싸면 부담스럽잖아요. 손님들이 쉽게 먹어야 하고 음식이 싸야 또 외식문화도 번창하는데 너무 비싸면 집에서 먹지 누가 사먹겠어요”

“우리나라 원래 곰표 밖에 없는 줄 알았잖아요. 할아버지 때부터 쓰셨어요. 거의 그거 밖에 없지 않았나요? 다른 것은 써 본적이 없어요. 바꿀 생각은 없어요. 쓰던 거 계속 써야죠. 전분은 면발이 서로 붙지 말라고 사용하고 순수 중력으로만 사용해요. 강력분을 쓴다고 잘 나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

칼국수 가게를 여러 군데 가보면서 다 같은 면인데도 차이가 큰 이유가 궁금했는데, 가게마다 사용하는 밀가루도 다르고 숙성법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앞서 가 본 칼국수집 두 곳은 강력분도 사용해서 면발이 쫄깃하고 씹는 맛이 있었다면,
할아버지 칼국수는 비교적 더 부드러웠다. 각각의 매력이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게를 이어받아 장사를 하고 계시지만, 사장님은 세월이 변함에 따라 변화도 시도하셨다. 코로나로 타격을 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찾아주신 손님들이 만족하고 가실 수 있도록 무던히 연구하셨다고 한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께 배운 것을 토대로 사장님만의 비법이 더해진 칼국수는 3대의 노력이 더해져 더 의미가 있다.

“이것도 시대에 맞게 많이 변한 면이에요. 초창기 때는 엄청 두꺼웠습니다. 6-7살 때 먹었을 때는 굵기가 엄지만했어요. 거의 수제비 같았죠. 지금은 입에 들어갔을 때 불편하면 안되고, 젊은 분들도 많이 오시고 나이 드실수록 두꺼우면 안되니까 얇게 하고 있습니다. 육수도 코로나 이후로 바뀌었어요.
위기가 오면 바뀌어야 하니까요.
코로나 타격을 많이 받긴 했지만 그래도 손님들이 어렵게 나오셨으니 맛있게 드시고 가야죠.”

서울 중구 마장로9길 43-3

0507-1342-3427

10:00 – 17:30

주차 : 불가

#곰표가 사랑한 노포#황학동 할아버지칼국수

노포 스토리

25년 전통,기름 없는 호떡 <신포 옛날 찹쌀 호떡>
70년 전통, 3대째 내려온 신포동 맛집 <신성루>
2대째 운영 중인 33년 전통 평양음식 전문점, <대동문>
4대째 운영 중인 100년이 넘은 부산 밀면집, <내호냉면>
공릉동 도깨비 시장, <명동 홍두깨 손칼국수>
평택 시장에 남은 100년 역사의 중식당,<개화식당>
평택 시장의 호떡 맛집, 한결같은 <맛조아 찹쌀 꿀호떡>
종로3가역 근처 어머니의 초심 그대로, <종로 할머니 칼국수>
남대문 시장 30년 이상의 노하우가 있는 그 집, <효자손 왕만두>
황학동 3代의 비법이 담긴 <할아버지 칼국수>